랄랄라 오늘은 수술하는 날입니다. - 오늘부터는 그때그때 생생하게 무엇을 느꼈는지 부지런히 메모한 것이 있어서 그것으 중심으로 내용을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메모의 특성상 문체가 굉장히 격의 없으니 미리 양해 바랍니다.
혹시 실수로라도 뭔가 먹고 마실까봐 주변에 있는 것들을 모두 깔끔하게 치웁니다.
수술 걱정에 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어제 잡아둔 주사 바늘에 수액을 연결합니다.
어제 회진 때 교수님께 여쭤봤을 때, "저 몇 시에 수술하나요?" 여쭤보니까 정오 즈음에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수술 스탠바이
11시 30분에 수술실 간다고 간호사에게 안내받고 10분 이내로 이송원이 와서 수술실로 이동할 때 휠체어 타고 이동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가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다시 정확히 시간을 정리하자면 10시 50분에 수술방 이동 준비하라고 연락받았고, 11시쯤에 이동했고 본격적으로 수술을 한 그것은 11시 반 쯤에 수술을 했을 것 같고, 수술 방에서 나온 것은 1시 30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수술하는 데에 두 시간이면 떡을 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갑니다. 별관 지하인가 그랬습니다. 지하통로를 통해서 가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개미굴 같은 삼성서울병원입니다.
다른 누가 있다는 것도 모른채.. 불안한 마음으로 눈동자만 굴립니다.
아니 이게 수술실이야 도살장이야.
찡찡대는 소년을 간호사분께서 잘 달래주시는 모습이 실로 훈훈했습니다.
10분 정도 대기하다가 수술실로 입장하는 거였는데요. 수술실 들어가니까.. (사진은 당연히 없음) 설비가 뭔가 굉장히 압도적이랄까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그런 수술실 느낌이었습니다. 수술대 올라갈 때는 본인이 올라가고요. 동시다발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이 제 몸에 달라붙어서 해야 할 일을 합니다. 심전도 센서 붙이고, 덜 추우라고 워머 감싸주고(아닌가 팔 떨어지지 말라고 밴드로 묶어줬던 것 같기도 하고요), 뭐 또 센서 붙이고, 그런 처치할 때마다 이건 지금 뭐 하는 거다. 왜 하는 거다. 잘 설명해주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집니다. 이것저것 손길들이 굉장히 다 부드럽고 친절했다는 기억입니다. 그래도 이게 수술이다보니까 처음 오는 곳이다보니까 굉장히 두렵습니다. 순식간에 아기가 된 느낌이랄까요.
에휴.. 뭐 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오래 지체하는 일 없이 거의 곧바로 마취 주사 들어와서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마취 주사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마음 속으로 카운트 다운을 외칩니다. 10, 9, 8, 7, 6 정도에서 끊겼습니다.
아마도 이 사진은 어머니께서 저를 들여보내시고 돌아가시면서 찍어두신 모양입니다. 종교실이 신기해서?
나중에 보니까 수술 관련 진행 상황을 이렇게 문자로 안내해줍니다. 일전에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할 때도 이런 시스템을 본 적이 있어서 그리 신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주 좋은 시스템이지요.
수술 후 눈 뜸
눈 떠 보니 회복실이었습니다. 정신 든 직후가 당연히 좀 경황이 많이 없는데, 수술 들어가기 전에 들었던 당부 중에서 수술 끝나면 폐에 찬 가스를 빼기 위해서 심호흡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들은 게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큰 호흡을 사용하는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마취가 완전히 깬 상태에서는 당연히 노래를 부르면 안 되지라고 생각을 하는데, 수면 마취가 깬 직후에는 약간 정신이 없고 좌우가 안 보이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이다 보니까 폐활량을 많이 사용하는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을 해서 노래를 시도했습니다. 내가 선곡한 노래는 어렵기로 유명한 박효신의 야생화였습니다. 그래서 부르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지만 어찌어찌 불렀는지, 그걸 듣고 있던 회복실 간호사 쌤이 여기 다른 분들도 많으니까 노래하시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줘서 그제서야 멈췄습니다. 하하.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굉장히 퍼포먼스 있게 심호흡을 하니까 그것도 혼났습니다. 소리내지 말고 숨만 쉬시라고. 그래서 조용히 열심히 숨만 쉬었습니다.(제가 살면서 수면 마취나 뭐 이런 수술 마취를 해보니까 이런 마취를 좀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마취를 하고 나면 자꾸 장난을 치려고 하는 그런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술실 들어갔을 때 들었던 생각은 '뭔가 내가 진짜 좀 큰 수술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 이거 잘한 결정인가 하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어 이거 혹시 여기서 취소해도 되나요?'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뭐 그럴 순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은 안 했습니다.
회복실에 나와서 정신이 들었는데, 감각 마취가 수면 마취 보다 더 일찍 깬 모양인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아픈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정신이 들자마자 부지런히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런 사정을 잘 아시는지 옆에 있는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통증에 대해서 물어보셨고, 내가 통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더니 바로 진통제를 넣어주셨습니다. 아마 이런 사례를 많이 보셔서 이렇게 말하면 어느 정도 통증인지 잘 아시는 거 같았습니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통증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 봅시다.
사전에 입원할 때 간호사한테 통증에 대해서 안내를 받는데 가장 주된 통증은 머리를 싸매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꽉 묶어둠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두통이라고 했는데 확실히 그것 때문에 관자놀이 쪽이 아픈 거 같기는 합니다. 근데 이건 나중에 병실에 돌아왔을 때나 느껴지는 통증이고,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근데 수술 끝나고 곧바로 내가 감수해야 했던 통증은 일단은 숨 쉬는 고통이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호흡기 기관지가 바짝 말라 있는 상태에서 계속 심호흡을 해야하다 보니까 이게 쉽지가 않았고요. 알고 보니 그게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인후통 때문이었습니다. 목이 아픕니다. 목구멍이 아파요.
특히 사람이라는 게 숨을 삼키고 싶어지게 마련인데 어젯밤 12시부터 금식으로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상태인데다가 기관 삽관 때문에 기관지가 바짝 말라 있는 상태이다 보니까 지금 침샘에서 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아무리 쥐어짜도 침이 나오지 않는 상태이다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릇처럼 뭔가 침샘을 쥐어짜서 침을 만들어서 삼키려고 하는데 그게 이 침을 삼키는 시도를 하는 그 동작이 발생시키는 고통이 가장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 이 녹취를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장 힘든 점은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려고 하는 그 순간들이 가장 힘든 거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아파하면서 회복실에 누워있다가 힘들어서 심호흡을 게을리 하면 바로 기계에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간호사 혹은 의사들이 와서 주의를 줍니다. 숨쉬라고 잠들지 말라고.. 나도 한번은 살짝 잠들려고 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다시 열심히 숨을 쉬다가 이송원이 오셔서 침상에 누운 채로 병실까지 와서 안락한 나의 침대로 돌아왔습니다. 홈 스위트 홈.
병실로 돌아옴.
병실에서 내 원래 침대로 올라올 때는 누워있는 상태에서 일어나서 걸어서 침대로 올라가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외로 좀 어지럽습니다 안 어지러울 줄 알았는데 어지럽습니다.
병실에 돌아와서 간호사 선생님께서 통증 수치가 10중에 몇 정도 된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시길래 10중에 4-5정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 이 기록들은 다 휴대폰에 음성 인식으로 쓰고 있는데요, 기록 하느라고 덕분에 계속 말을 많이 하니까에 덕분에 호흡을 많이 쓰게 돼서 회복에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집중해서 말을 하다 보니까 말예요.
침샘 아픈 거, 목 아픈 거.. 이게 아마 기관 삽관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어.. 말을 하다 보니까 살짝 목에서 피맛도 나는 것이.. 뭔가 어디 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들어요.. 내가 아까 침샘이 아프다고 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목구멍이 어디가 까진거 같애요 목구멍이 아파 목구멍이.. (하지만 까진 건 아니고 그냥 인후통입니다.)
아까는 숨쉬 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몰랐는데 역시 목구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귓구멍에서 피인지 물인지 뭔가가 흐르는 느낌도 납니다. 이 점을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께 이야기 했는데 뭐 그건 상관없을 거 같다고 얘기하시더라구요. 나중에 의사 선생님 회진 때 말씀드려 보기든 해야겠네요.(이 귓구멍에서 물 느껴지는 문제는 나중에 사라지긴 합니다.)
눈동자를 특정 방향으로 돌렸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이 있습니다 눈동자를 왼쪽 혹은 왼쪽 하던 그러니까 수술 부위 쪽으로 당기면 뭔가 안면 근육이랑 충돌이 발생하는지 수술 부위의 통증이 조금 더 심화되는 그런 증상이 있네요
정말 인상적인 통증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검색을 통해서 논문도 찾아 봤습니다.
https://ekja.org/upload/pdf/kjae-10-143.pdf
3시 5분
한참 말 좀 하고 핸드폰으로 웹서핑 좀 하다 보니까 이제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그렇게 아프진 않고 살짝 살짝 욱신욱신하는 그 정도의 고통입니다. 화장실을 한 번 가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귀찮기도 하고, 뭔가 왠지 어지러울 것 같아서 좀 더 기다렸다가 최대한 차도를 보다가 가야할 것 같습니다.
<통증 요약>
1. 목구멍 통증(엄청강함)
2. 수술 부위 통증(약하고 긴가민가함)
3. 관자놀이 통증(강함)
4. 눈동자 돌렸을 때 심해지는 관자놀이 통증(성가심)
폰질하고 놀다가 침대를 눕혀 비스듬히 하고 심호흡을 막 하니까 갑자기 왼쪽 귀에 이명이 들리는데, 정말 오랜만이라 놀랐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들어본 이명인데.. 이내 곧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러고보면 내 뇌는 왼쪽에서 들리는 이러한 소리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방식으로 발달했구나 싶었습니다.
심호흡해야지 싶어서 흉곽 가득 심호흡을 하면 혈액순환이 빨라지는 탓인지 모르겠지만 왼쪽에 이명이 가득찹니다. 마치 검은 우주에 날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이무 공백없이 채워넣은 것 같은 소리? 감각?입니다. 근데 심호흡을 멈추니까 이명도 사라집니다. 왼쪽 이명이라니 정말 오랜만입니다. 어릴 때 청력을 잃어가던 시기에 이명으로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뭔가 시간을 되돌리는 기분이 들어서 좋은 징조인것 같아서 반갑게 다가옵니다.
4시10분
용기내서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는데 현기증이 엄청나게 밀려왔습니다.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현기증인데, 그나마 수술 전 검사에서 귀에 물 넣고 하는 그 검사에서 경험한 바와 유사했습니다. 몸을 수직 수평으로 이동하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고개를 들 때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땅바닥을 보던 고개가 정면을 보기 위해 들어올려 질 때 현기증이 발생합니다. 아주 불쾌하고 당황스럽고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의 증상입니다. 생각컨대 수술 부위에서 발생한 물이 평형 기관으로 침투하여 발생하는 증상으로 생각됩니다. 아이고 걱정입니다. 금식은 5시에 풀립니다. 그러고보니 아까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간호사가 메스꺼움 예방하는 주사라고 라인에 넣어준 이유를 알겠습니다. 현기증이 문제입니다.(다행히 나중에 많이 좋아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진정을 하고 사태 파악을 해보기로 합니다.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말이죠. 일단 손가락에 산소 포화도 측정기가 부착되어 있는데요. 이게 상당히 성가신 물건입니다. 손가락에서 센서를 빼면 바로 경보가 울립니다. 산소 포화도를 재면서 환자를 구속하는 장치임에 틀림없습니다. 화장실은 어찌 가란 말입니까 ㅠㅠ
꺼보려고 플러그도 뽑아봤는데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서 꺼지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진짜 돌쇠룩 ㅋㅋ 그런데 여기 입원해 있으면 이런 돌쇠룩으로 돌아다니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돌쇠1, 돌쇠2
와 정말 오랜만에 몸을 일으켜 봅니다. 그런데 사정 없이 어지러워서 뭘 할 수가 없네요.
어머니께 그걸 주기적으로 누르시라고 말씀 드린 다음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4시20분
간호사 쌤이 혈압 재고 가면서 매핑 일정이 나왔다고 알려주고 갔습니다. 근데 퇴원을 그 전에 할 수도 있다고 해서.. 이따 교수님 회진 때 매핑하는 날 퇴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할 참입니다. 안 되면 방 잡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ㅠㅠ
수술 후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게 됩니다. 이게 목이 아파서 말을 잘 못 하는 상태이디 보니까 더 합니다. 평소에 제스처로 합을 잘 맞춰둔 아내였다면 좀 더 수월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5시 회진
교수님 다녀가셨고, 수술 잘 됐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현기증과 이명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많이 완화되기도 했고요.
- 수술 잘 됐다는 후기. 잘 아물면 무조건 소리 들을 수 있다는 아주 희망찬 말씀을 하셨음. (말을 알아 듣는 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은 알고 있다.) - 실제로 수술 후 인공와우 부착하니 온갖 소리가 진동으로 입력됩니다.
- 어지럼증은 곧 나아질 거라고 하심(시간이 좀 걸리긴 했으나)
- 이명은 최대한 무시하라고 하심(사실 심호흡만 안 하면 안 납니다. 별로 유의미한 징후는 아닌 모양. 쳇)
- 매핑하는 날 퇴원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심(감사합니다.)
- 너무 가만히만 있지 말고 좀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러세요.(와이파이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겠더라고요.)
금식 해제
5시 금식 풀리고 물 살짝 마시니까 목 아픈 건 방사능 동위원소 반감기 진행되는 것처럼 호전됨. 그렇더고 통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물 마시기 전에는 숨만 쉬어도 아팠다면, 물 마신 이후에는 침을 삼켜야 아픔. 이런 페이스라면 내일이나 모레는 통증에서 해방될 것으로 예상함. 근데 대신 수술 부위 통증으로 나의 주의가 쏠리면서 의식하게 되었고, 굉장히 신경이 쓰임.
무엇보다 아직까지 현기증이 사라지지 않음. 나는 겁이 없을 땐 없고 많을 땐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 화장실 가는 것 빼고는 침대 베게에 머리 박고 정말 확실하게 안정을 취했음. 약간 완화된 것도 같지만 여전함. 다만 현기증의 원인을 유추하고 자의로 동일 증상 재현하며 테스트하다 보니까 이제는 일단 크게 당황하지는 않게 돠었고, 이 증상을 약간 즐길 수도 있게 됨.
저녁 식사
저녁은 6시 즈음에 죽, 생선구이, 계란찜, 동치미, 청포묵, 국, 간장 등이 나왔는데 맛있었음. 이따 보호자 편에 편의점 삼각김밥을 즐겨볼까 생각 중.(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 상당히 여우 가 생겼다는 것) 밥을 먹으니 목구멍 통증이 한결 더 좋아짐. 아마 잔뜩 부어있는 상태로 보임. 심한 편도선염 걸렸을 때랑 비슷한 통증임. 코로나 걸렸을 때보단 덜하고.
밥 먹는 중에 간호사가 주사약과 먹는 약을 줌. 먹는 약은 진통제랑.. 객담제거제 같은 거였음. 어지럽다고 했더니 침상 안정 잘 하라고 함. 내일부터는 신경 회복을 위한 스테로이드제를 12알씩 먹어야 한다고 해서 놀람.
병실 이야기
정신을 차리고 입원실 얘기를 좀 해보자면 4인실인데.. 저는 맨 구석 자리입니다. 장점은 왔다갔다하는 인구 이동이 최소라는 것이고.. 나쁜 점은 내가 이동할 때 눈치가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내 대각선에 계신분은 뭔지 모르겠고,, 측면과 맞은편은 대강 사정을 알겠습니다.
측면은 눈 수술을 하신 아저씨고.. 부인이 간병하십니다. 무슨 수술을 하셨는지 노상 엎드려 있어야 하는 모양인데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진짜.. 귀 문제 못지 않게 눈 문제는 더 심각한 문제다 싶었습니다. 라디오만 계속 들어야 하는 걸까요.
맞은편은 젊은이인데 의과대학 졸업생.. 그러니까 장차 의사가 될 사람입니다. 저보다 인공와우 수술 하루 선배입니다. 어제는 방이 좀 조용했는데 오늘은 이래저래 좀 시끌시끌합니다. 측면 부부도 조잘조잘하시고.. 눈 처치하러 간호사가 굉장히 자주 오가는 편이고.. 그리고 맞은편인지 대각선인지 모르겠는데 넷플릭스 드라마 '카지노'를 보는 분이 계시네요. 어떻게 아냐고요? 이어폰이 아니라 스피커로 보니까 알지요ㅋㅋㅋ 아무튼 다행히 다들 무던한 사람들만 모인 건지 각자 편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중에 재채기 할 때 입 벌리고 하라는 게 있는데 안 그래도 원래 입 벌리고 함. 예전에 저 말을 들엇다면 아니 그럼 입을 다물고 재채기 하는 사람이 있나 생각했을 텐데 우리 아내가 입을 다물고 재채기를 함. 그리고 어차피 수술 이후로 재채기 할 일이 딱히 없음. 근데 의외의 복병이 트림임. 문명인이다보니 트림을 나도 모르게 정숙하게 하는데(코로 유도하는 방식) 그 압력이 귀로 가는 게 느껴져서 좀 당황함. 그래서 일부러 의식적으로 입을 벌려보지만 문명의 습관이 내 목구멍을 단단히 걸어 잠갔는지 트림이 입으로 잘 나오질 않음.
7시 15분.. 하라는 대로 침상 안정을 함. 다행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볼 것을 챙겨왔기 때문에 크게 지루하진 읺고, 이렇게 병원에서의 일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버거움. 요의가 느껴져서 어다 한 번 또 화장실을 가볼까 하고 부비작 대 보는데 현기증이 아직은 있지만 그래도 예측 가능하고 제어가능한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듦.
아...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바로 산소 포화도 측정기다. 손가락에 끼워두고 있는 기계장치인데.. 아마도 손톱의 색깔을 가자고 산소포화도를 보는 모양? 근데 이게 손가락을 빼면 경보장치가 울림. 삐.. 삐.. 다시 끼울 때까지 울림. Pause 버튼이 있긴 한데.. 1분 제한임. 1분 지나면 다시 울림 ㅠ 이거이거 강제 구속장치고.. 보이지 않는 창살임 ㅠ 동료 환우들을 인질로 삼아서 어디 못 도망가게 하는 것. 그래서 아까는 엄마를 앉혀두고 경보 울리면 누르라고 해두고 화장실 다녀옴. 아니 그럼 대변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 나참.. 그래서 나는 지금 식사하러 가신 엄마를 기다리고 있음. 화장실에 가기 위해.
7시25분 목의 통증은 최초와 비교할 때 2/5 정도로 완화됨. 침만 안 삼키면 통증을 잠시 잊을 정도가 됨. 프리 와이파이가 오늘 아침부터 안 되서 매우 스트레스가 큼. 다행히 잔여 데이터가 여유가 있음. 월말이기도 하고..
소변은 잘 보고 옴. 역시 아직 현기증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음. 엄마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오기로 했는데 매진이라 그냥 팥빵을 사다달래서 먹음. 삼각심밥이 다시 채워지는 시간은 더 나중인 것 같음.
라인 달고 사는 거 참 힘든 일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일 5시면 떼준다고 합니다. 오래 안 달아도 되서 좋네요.
10시40분
씻을 수 없기 때문에 세수와 양치만 하기로 했다. 근데 문제는 손가락에 끼워진 족쇄인 산소 포화도 측정기였다. 내일 새벽 5시에 뺀다고는 하는데 하여간 아직까지도 날 구속하고 있다. 근데 이게 배터리와 플러그 전원 혼용이라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기계의 플러그를 뽑아서 수액 걸이대 하단에 있는 바구니에 넣고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ㅎㅎㅎ 아유 개운해. 배고파서 고구마 말랭이를 한 봉지 먹었다. 씹을 때 관자놀이에 압박이 가해지는 난관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잘 먹었다. 먹고 양치하고 세수하니까 인후통이 더 좋아졌다. 어지럼증은 케바케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고개 숙이고 세수하고 할 때는 차라리 불편이 없던데? 붕대는 모레 풀것이다 아마 엄청 시원할 듯? 인공와우 기계가 고민이다. 검사 입원 때는 카지노 보면서 시간이 엄청 잘 갔는데 이번엔 시간이 안 간다. 와이파이도 안 되서 넷플릭스도 못 보고 ㅋㅋ 영화 안 담아 왔으면 아찔하다.
11시
재채기기 한 번 나와서 식겁했는데ㅋ 자연스럽게 입으로 침 분출하면서 하니까 귀에 압은 가해지지 않았다. 수술 부위통증도 많이 가라앉았다. 기술도 좋고 약도 좋고 실력도 좋은 모양인가 했다. 수술하고 몇 시간만 고생하면 그래도 괜찮아지는 것 같으이..
지난 '수술 전 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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