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원래는 지난해에 하려고 했던 인공와우 수술인데..
나라에서 뭔가 막중한 일을 맡겨주시는 바람에 그만 취소했다가 다시 시도합니다.
이것도 뭔가.. 한 번 취소했더니 수술 날짜 잡기 위해서 서울까지 와야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와서 수술 날짜 잡고 몇 개월 뒤인 1월에 드디어 수술 전 검사를 하러 갑니다.
(사실 이 글을 입원실 침대에서 쓰고 있습지요 후후후 생방송 라이브입니다.)
검사 당일에 이르기까지
이게 사실 검사 당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좀 험난한 편인데.. 보통 환자로서 기대하기를 그래도 한 2주 전에는 연락이 오기를 기대하는데 그렇지는 않고 1주 전 쯤에 연락이 옵니다. 오는데 다른 병원도 아마 그럴 것 같기는 한데 삼성서울병원은 원무과랑 진료과가 좀 따로 돌아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원무과에서 먼저 연락이 옵니다. 입원은 원무과 검사나 진료는 진료과로 구분이 명확한 느낌입니다.
종일 검사를 해야하니 입원이 필요하다, 입원 일정을 잡아달라고 진료과에서 요청을 하면 원무과에서 협조를 해서 입원 일정을 잡고, 그렇게 협조를 해서 검사나 수술 일정도 정해지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언제 검사와 입원을 할 것인지는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진료과 간호사? 코디네이터에게 설명을 듣게 되는 것인데요.
이게 일정을 한 1년? 몇 개월 전에 잡아놓다 보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해집니다. 그래서 검사와 수술을 하기로 했던 시기가 다가오면 슬슬 불안해지는 겁니다. 1월은 1월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며칠이었더라 긴가민가해집니다. 병원에서는 내 예약이 잘 기록되어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해보려고 하면 전화 연결이 정말 어렵습니다. 빗발치는 전화 때문에 병원에서도 의도적으로 보이는 ARS로 어떻게든 토스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저도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상담사와 통화하지 않고 전산을 통해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삼성서울병원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는데 이게 내 정보가 제대로 잘 뜨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서도 몇 달 전에 예약을 잡을 떄는 확정예약이 아니라 가예약으로 잡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잡은 다음에 진짜로 그 시기가 오면 그때 예약을 확정하면 그제서야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에서 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검사예약이랑 수술예약이 있으면 처음에는 검사예약만 조회가 되고 수술예약은 조회가 안 되다가 나중에 확인전화를 받은 다음에야 조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참고로 저는 인공와우 수술예약 잡은 날짜가 있었는데 그 날짜에 수술 일정이 어렵다고 하셔서 일정을 일주일 정도 뒤로 미웠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저도 좋고 병원도 좋은 선택이 되기는 했습니다.)
게다가 PCR 검사 관련해서도 미리 좀 안내를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것도 기가 막히게 일주일 내지는 며칠 전에 연락을 줘서 설명을 해주시다보니까.. 뭐 모자람이 있던 건 아니지만 조금만 더 미리 문자를 발송해주거나 아니면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어떤 절차로 연락이 가고 안내가 되는지 공지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아마 진료과별로 다르고 시기별로 다르기 떄문에 일괄적으로 안내가 어려워서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코로나 검사의 경우에는 입원일 기준으로 3일 이내에 받은 것만 인정이 됩니다. 신속항원검사는 인정이 안 되고 PCR 검사만 인정이 되며, 검사는 보건소에 가서 받으면 됩니다. 최근에는 보건소에서 아무나 PCR검사를 해주지 않는데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거나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코로나 검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신속하고 쾌적하게 검사받을 수 있었습니다. 10분도 안 걸린 거 같네요. 예전에는 막 두 시간 줄 서서 대기해야 하고 그랬는데 말이죠.
하여간 그렇게 해서.. 짐을 쌉니다..
신분증: 입원 신분 확인 위함
이어폰
양압기
세면도구
수건
슬리퍼(크록스 금지)
물컵이나 텀블러
티슈
필기구
옷걸이
팬티
러닝
충전기(고속충전가능한 PD충전기)
편지지(응?)
노트북
태블릿
짐은 뭐 이 정도로 쌌던 것 같습니다.
수면 중 무호흡증과 코골이가 심하기 때문에 양압기를 챙긴 것은 역시 신의 한수입니다.
그런데 짐을 쌌는데.. 한.. 3일 전에 입원 날짜 언제이고 PCR 검사 어떻게 하라고 전화 온 이후로는 입원하러 몇 시까지 병원에 가야 하는지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이게 참 굉장히 불안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한데요. ㅎㅎ 전화 통화할 때도 "아니 그럼 제가 병원에 몇 시까지 가면 됩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응대하시는 분이 "병실이 언제 날지 모른다. 통산 1시 쯤에는 난다." 뭐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길래 아니 그럼 1시까지는 가야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요. 정답은 안 가는 겁니다. 병실이 안 날 수도 있어요. 저처럼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문자로 아래처럼
병원으로 미리 출발하지 마시고, 연락을 받고 나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니 나는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살기 때문에 연락을 받고 출발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 싶고 그래서 저도 그냥 대충 지금이라도 일단 갈까? 싶었는데 안 가길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늦게 와도 입원 수속은 될 것 같습니다. 원무과 당직이 있어 보이거든요. 본관은 본관 11층에 원무과 데스크가 있었습니다.(이런 내용은 병실 배정이 되면 나중에 문자로 옵니다.)
입원 연기? 취소?
검사를 하루 종일 하기 때문에 원래는 검사 전날 입원하는 일정(총 2박3일)이었지만, 입원하기로 했던 날 아침에 갑자기 병실이 없다고 그냥 다음날 아침 일찍 오시면 안 되냐고 이비인후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행히 열차가 있기에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아침 8시까지 이비인후과 검사실 쪽으로 오랍니다. 아주 꼭두새벽부터 가야하게 생겼습니다.
5시에 일어나서
5시40분에 차를 타고
6시5분~7분 즈음에 오송역에 도착했습니다.
6시21분 SRT를 탔고요
수서역에 도착하니까 7시 10분 즈음 되는 것인데..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 첫차가 7시 30분입니다.
몸이 허한 것인지 오송역부터 뭔가 추위가 많이 느껴졌는데
셔틀버스 기다리기가 참 춥습니다.
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캐리어 끌고 대기하려니 뭔가 처량합니다.
병원 이름이 '청담힐요양병원'
기다리고 기다리니 드디어 셔틀버스 첫 차가 왔습니다. 25분? 좀 넘어서 온 것 같네요.
첫차 못 타고 끊길까봐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제 뒤로로 몇 명 더 태우고 끊겼습니다.
버스는 기가막히게 30분에 출발했습니다. 기사님이 30분 시간을 휴대폰으로 찍으시는 게 출근 인증이신 것 같더라고요.
셔틀버스에는 캐리어를 올려둘 수 있는 짐칸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 캐리어를 올려둘 수 있었습니다. 근데 거기에 작은 손가방 올려두고 제가 캐리어 올리는 동안 손 까딱 안 하는 무개념 아주머니가 참 흥미로웠습니다.
바쁘게 출근하는 서울 시민들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병원입니다. 수서 SRT 역에서 병원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15분에서 20분 정도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하도 많이 와보니까 이제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지방에서 오기는 참 접근성이 좋습니다. 물론 집에서부터 헤아리자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병원으로 들어가는 인파가 생각보다 엄청나서 놀랐습니다. 교대 인력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병원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몇 번 와봤기 때문에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압니다. 정문에서 내리면 한참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암병원 후문에서 내려서 들어가면 아주 금방입니다.
아직 7시 57분 정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한산합니다만 피크 타임에는 아주 바글바글한 이비인후과 스트릿
그래서 이미 예약이 되었으니 접수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긴가민가하다가 용기를 내서 검사실 데스크 여자 직원분께 접수를 해야하는지 문의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오늘 진료가 있으신가요?"였습니다. 진료를 받으러 온 것이라면 여기가 아니라 바깥쪽에 있는 외래 데스크에서 접수를 하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의 목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정말 그냥 말 그대로 '내가 오늘 진료를 보나? 검사만 하나? 잘 모르겠는데..'라고 생각해서 그냥 아니 저는 오늘 검사예약이 있어서 온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니까 그제야 제 이름과 생년월일을 묻고는 검사접수를 하셨습니다. 질문의 의미를 이해했더라면 좀 더 잘 대답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지만 어차피 오늘은 제 담당 교수님은 진료 일정도 없는 날이더라고요. 다음날도 휴가고.. 그래서 회진도 없다는..
검사접수가 되니까 이렇게 카톡이 옵니다. 이렇게 카톡을 받으니 안심이 되고 좋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각종 안내사항을 문자와 카톡을 이용해서 보내줍니다. 문자도 오고 카톡도 옵니다. 검사가 많다보니까 이렇게 긴 톡도 받아봅니다. 세어보니까 열 한개입니다.
오늘 검사 일정을 사진을 곁들여 가면서 설명하면 좀 너무 정신이 없기 떄문에 그냥 저 순서대로 텍스트로 쫙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검사할 때 검사명을 알려주지는 않으시기 때문에 어떤 검사가 어떤 것이었는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대강 짐작으로 대응시켜봤습니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그냥 재미로만 보시기 바랍니다. 그냥 인공와우 수술 전 검사로 이런 거 하는구나의 수준에서만 보세요.
◆ 08:1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언어청각검사
☆ 불러주는 단어 리핏입니다. 순음청력검사 한 다음에 마지막에 간단하게 헤드폰으로 불러주는 단어를 따라 말하는 검사입니다. 오히려 간단했습니다.
◆ 08:1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순음청력검사
☆ 이비인후과에서 하는 가장 기본적인 청력검사입니다. 헤드폰 쓰고 삐 소리 날 때 버튼 누르기입니다. 근데 저는 할 때마다 어렵더라고요. 뭔가 들리는 건지 안 들리는 건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서. 그래서 가끔 검사하시는 분들이 짜증내는 경우도 있었는데 오늘 만난 검사자분은 정말 성격이 좋으셔서 행복했습니다.
◆ 08:3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비디오 두부충동 검사
☆ 고글 쓰고 목 꺽기 검사합니다. 고글은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걸 쓰고 벽에 있는 점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간호사가 제 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돌렸을 때 눈동자가 그 점을 제대로 잘 추적하는지 관찰하는 검사로 보입니다. 그리고 힘들지도 않고.. 간호사 분은 힘드셨을 것 같은데.. 하면서도 아 이거 이 분이 이렇게 고생하는 거 보면 검사비가 꽤 비싸겠는데? 라고 생각되는 그런 검사였습니다. 위와 같은 검사자분이셨는데 행복했습니다. 잘 하고 있다고 중간중간 피드백해주시는 게 정말 많이 힘이 되더라고요.
◆ 08:3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비디오전기안진검사/Caloric Profile
☆ 귀에 물 넣기 검사입니다. 누운 상태에서 처음에는 찬물을 넣고 검사하고, 그 다음에 따듯한 물을 넣고 검사합니다. 처음에는 물을 넣어서 어지럽게 만든다고 설명하시는데, 아니 물을 넣는다고 왜 어지럽지? 믿지 않았는데 어지럽습니다. 이 검사를 할 때는 방의 불을 끄고, 눈에 앞이 가려진 고글을 씌우기 때문에 우리의 눈이 기준점으로 잡을만한 피사체를 제거합니다. 그런 다음에 물을 이용해서 귓 속의 균형기관을 교란시키는 검사인 모양입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귓속에 물을 넣었다 뺴고 다시 눈을 뜨면 거짓말처럼 눈이 핑핑 돕니다. 눈을 가리고 불을 끈 상태이기 때문에 눈 앞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이고요. 특히 청력이 상실된 귀 쪾에 따뜻한 물을 넣은 다음에 엄청나게 어지럽고 그로 인해서 구역질이 상당히 나기도 했습니다. 오늘 검사 하기 전에 밥 먹지 말고 오라고 하셨는데 이 검사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체 뭐길래 금식하고 오라고 하나 했는데 와 진짜.. 밥 먹고 왔으면 좀 위험할 뻔 했습니다. 식은땀이 좀 날 정도로 아찔하고, 위산이 막 분비되는 게 느껴집니다. 저는 바이킹이나 놀이기구도 곧 잘 타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아주 세게 왔습니다. 오늘 했던 검사 중에서 두번째로 힘든 검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검사자분이셨는데 어지러운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어깨를 두드려주는 배려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늘 받은 검사들이 약간 '고문'과 비슷한 성격들이 있는데 그래서 막 주마등이 스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엄마, 아내, 딸)이 막 스치기도 하는 순간들이 좀 있었는데 이 분의 그런 섬세한 배려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고보니 퇴원하기 전에 칭찬하기 같은 거라도 좀 쓰고 가면 좋겠네요.
◆ 08:3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전정유발근전위검사
☆ 목 돌려 꺾기 ㅎㅎ 소리에 따라서 목 근육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검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육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센서를 붙이고 근육이 도드라지도록 목을 뒤로 최대한 돌린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검사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같은 검사자셨고, 목 비틀고 있는 게 힘들다는 걸 잘 아시는지 잘 하고 있다고, 좀만 더 좀만 더 이렇게 응원해주셔서 좋았습니다.
◆ 11:0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H-Aid Counseling
☆ 보청기 상담 & 보청기 청력 검사 - 크게 의미는 없는 검사였던 것 같습니다.
◆ 14:00 암병원B3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H-S/L Eval.I(30분)
☆ 언어청각검사? 청능검사? - '청능검사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깨달은 검사입니다. 건청귀(정상귀)를 귀마개로 막고 그걸 또 손가락으로 최대한 틀어막은 상태에서 듣기 평가를 합니다. 그냥 해본 다음, 보청기를 끼고도 해봅니다. 확실히 보청기를 끼고 하니까 좀 더 잘 들리는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안 들리는 쪽 귀가 듣는 것인지 아니면 들리는 쪽 귀가 듣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보청기를 끼지 않았을 때보다는 좀 더 잘 듣는 것 같기는 합니다.
◆ 14:00 암병원B3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H-S/L Rx.Consultation
☆ 인공와우 상담인 듯합니다. (Consultation: 상의, 참고라는 뜻이라서 아마 이게 인공와우 상담이겠거니 짐작했습니다.) 실제 인공와우의 실물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손으로 만져볼 수 있고, 무게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특별히 밀어주는 제품은 없는 것 같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설명하시려 했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가장 신제품인 코클리어 N8로 마음 먹고 갔는데, 귀걸이형(N7 N8)이랑 일체형(칸소2)을 마주하니깐 좀 망설여져서 선뜻 결정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 인공와우에 처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떄는 왠지 회사 이미지가 코클리어보다는 메델이 세련되어 보여서 메델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드랬습니다. 무엇보다 인공와우 생각까지 발전했던 것이 메델에서 만든 애드히어라는 제품 때문이라서요. 근데 뭔가 이런 선택을 할 때마다 무시할 수 없는게 사용자층이다보니 고민이 됩니다. 안 그래도 얇디얇은 인공와우 유저층인데 그나마 그 중에서 사용자층이 두터운 걸 선택해야 사후 보장이라든지 정보 접근성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보급된 기기는 코클리어의 N7이고 최신형인 N8이 출시됐습니다. 이것은 귀걸이형이고, 칸소2라는 일체형이 있는 거지요.
근데 대화를 나누다보니까 코클리어로 선택할 경우에는 일단 내부 임플란트 이식 수술을 하고 일정 기간 동안 N7과 칸소2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길래 그러면 일단 코클리어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차피 수술하고 난 다음에 한 달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와야해서요. 그떄마다 기기를 교체하는 거지요. 병원 검사실 쪽에 보니까 영업사원 분들이 복도에 상주하고 계시던데 아마 인공와우나 보청기 업체에서 나온 영업사원들이 아닌가 합니다.
◆ 15:3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타각적 청력역치검사
☆ 확실치 않습니다만, 아래의 검사가 끝난 뒤에 곧바로 마지막 검사로 했던 검사가 이거 아닌가 싶습니다. 누운 상태에서 귀에 한쪽씩 이어폰을 끼우고 뭔가 전기소리 같은 것을 들려주는 검사였던 것 같습니다. 금방 끝나는 검사였습니다.
◆ 15:30 암병원01층 (암병원)이비인후과검사실 청성지속반응검사
☆ 가장 오랫동안 거의 (무려) 한 시간 동안 했던 검사로 기억합니다. 누워서 눈 감은 상태에서 이어폰 끼고 얼굴에 천을 덮고 귀에 시끄러운 소리를 계속 들려줍니다. 시끄러운 소리도 계속 듣다보니까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졸음이 옵니다. 그러다 소리가 바뀌면 깨고요. 비강이 협소해서 누워서 코로 숨쉬는 게 좀 힘들어서 입으로 숨쉬다가 코로 숨쉬다가 반복반복하고. 입이 말라서 자꾸 침을 삼키니까 검사하시는 선생님께서 검사 힘들면 말씀하시라고 하는데 괜찮다고 했습니다. 근데 따지고보면 이게 가장 지루하고 힘든 검사였던 것 같습니다. 검사 전에는 그냥 자면서 하는 검사라고 해서 개꿀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만만찮은 검사였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해서 검사 끝나니까 4시50분 정도가 되었네요.
이 검사도 계속 고글쓰고 하다보니까 눈에 자국 났을 까봐 셀카를 찍어봤는데 머리만 저 모양이고 딱히 눈에 자국이 남지는 않았습니다.
애굣살 밑에 전극을 연결하고 검사하다보니까 저런 크림이 남아있습니다. 이것도 고글을 쓰고 검사하기 때문에 뭔가 자국이 남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닌 모양입니다.
뭔가 청각장애인들의 고충과 애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설문지 같았습니다만, 답변하기 애매한 것들도 조금 있었네요.
인공와우도 설마 저런 아연전지를 사용하나 했는데 나중에 인공와우 상담할 때 보니까 충전 방식이더군요. 다행입니다. 여기서 인공와우 수술을 결심한 이유 등에 대해서 대화를 좀 나누고, 인공와우 이야기를 조금 하고 (어떤 제품 생각하고 있는가 등등) 보청기 체험을 해봤습니다. 근데 시간이 없다보니까 보청기를 끼워보기만 하고.. 보청기 착용한 상태에서 순음청력검사는 점심 먹고 하기로 합니다.
검사접수를 1빠로 했더니 점심 식사 가는 것도 1빠입니다. 좋습니다. 뭐든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야 고생을 안하지요.
지하 1층에 가면 푸드코트랑 편의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본관의 편의점보다 암병원 편의점이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본관 편의점은 가격이 너무 양아치던데요.
암병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퀄리티가 꽤 괜찮은 모양인지 웨이팅이 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무려 벌써.. 그래서 저기는 패스하고 그냥 푸드코트로 가기로 합니다.
나주곰탕, 소고기장터국밥, 시래기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소고기미역국, 영양닭죽, 치즈돈까스, 옛날돈까스, 간짜장면세트, 마파두부덮밥, 소고기쌀국수, 뚝배기불고기, 나물비빔밥, 떡만두국, 제육볶음덮밥 뭐 이런 게 있습니다만.. 이른 시간대였기 때문에 안 되는 것들이 많아서 그냥 소고기장터 국밥으로 가기로 합니다.
무엇보다 엄청 빨리 나옵니다. 그냥 퍼서 주니까요 ㅎㅎㅎ 2분컷 정도 됐나?
소고기장터국밥이 맛 없으면 솔까 할 말 다 한 거 아닙니까
점심시간이기 때문에 좀 한산하고요. 아까 점심 거으러 가기 전에 문의했을 때 12시45분 부터 오후 검사 접수를 하니 그때 다시 말해 달라고 하셨기 떄문에 12시45분에 딱 맞춰서 말을 합니다. 데스크 직원 분께서는 시간 의식이 엄청 투철하셔서 시간 맞춰서 컨택하면 괜찮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침에 분위기가 좀 그랬던 이유가 8시도 되기 전에 말 걸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아 그리고 병원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원래는 전날 병원에 와서 여유있게 입원하고 짐을 풀고 잘 자고 내려와서 검사를 받는 계획이었지만.. 어쩌다보니 바리바리 짐을 싸고 꼭두새벽에 올라오게 되었는데요.. 그렇다보니 하루 종일 입원 짐이 들어 있는 캐리어를 놔둘 곳이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삼성서울병원 물품 보관함 위치를 설명하는 자료들을 검색해두었는데 아무래도 수량이 한정적이다보니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워보였습니다. 위치 찾는 것도 일이고요. 지갑 없이 삼성페이 하나만 달랑 들고 왔기 때문에 동전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용하는 걸 포기하고 ㅋ 그냥 이비인후과 데스크 앞에 놔두고 다녔습니다. 어차피 사람이 엄청 붐비고 문의하러 너도나도 와서 서성거리는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곳이 안전하다 싶어서 그냥 하루 종일 거기 놔두고 검사 받으러 가고 밥도 먹으러 가고 지하도 갔다 왔는데 예상대로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게 모든 공간에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고 폐가 될 수도 있고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공간과 상황을 잘 봐서 결정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으므로 ㅎㅎ... 물론 속에는 백만원 넘어가는 양압기가 들어있기는 했지만 그건 아무한테나 가치가 있는 물건도 아니니까요?
청능검사는 지하 3층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친절하게 길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아주 쉽게 잘 찾아갔습니다. 투명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 3층 가면 바로 나옵니다.
대강 들어보니 매핑이란 걸 하는 모양인데요..
ㅎㅎㅎㅎ........
아니 매핑이 저렇게 아픈 거였나?? 근데 나중에 들어보니 양이를 한 경우에 매핑을 하면 갑자기 소리가 안 들리게 되니까 아이가 놀라서 그런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고 딱하지.. 나중에 문이 열리니까 아이가 아주 떡이 되어서 나왔습니다. 나중에 수술하고 매핑할 일이 아주 걱정이네요.
잠시 후에는 저는 청각언어치료실로 들어가서 잘 들리는 귀를 막고 듣기평가를 하게 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청능검사입니다.
요렇게 하고 다시 1층으로 가서 누워서 하는 검사까지 한 다음에 검사를 마칩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니 4시 50분 정도였고요..
과연 나는 입원을 하는가?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제게는 한 가지 의문과 숙제가 남습니다. 대체.. 나는 오늘 집에 가는가? 아니면 입원을 하는가?
원래는 어제 입원할 몸이었는데 입원이 취소되고 오늘 할 검사를 다 했으면 입원을 할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이거 검사 끝나면 그냥 집에 가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검사실 데스크에 점심 시간 한산할 때 문의를 드려봤습니다. 처음에는 "입원은 원무과로 문의하셔야 한다.'고 하셨는데 제 자초지종을 들어보시더니.. '검사가 끝나면 입원할 필요가 없지요.........?'라고 맞장구치시면서 원무과로 연락해서 좀 알아봐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근데 전화 통화를 들어보니 지금 당장은 그쪽에서도 모르는 눈치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1시 20분 경에 문자가 하나 옵니다.
ㅋㅋㅋㅋ
아니 하라는 검사도 오늘 다 끝날 것 같고 담당 의사도 내일 휴가라 회진 없는데 뭐하러 입원 하라는 겨!!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남은 검사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따질 수가 없습니다. 문자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도 걸어보지만 당연히 대기자가 20명 넘어서 연락이 안 됩니다. ㅋㅋ 결국 이래나 저래나 입원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오늘가기는 틀린 것 같다고 집에 연락을 합니다.
입원은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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