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술 전 검사' 이야기
2주 만에 다시 병원으로 향합니다. 랄랄라.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인공와우.
그러고보니 제 귀 소개를 안 한 것 같은데 저는 돌발성 난청으로 한 쪽 청력이 아마도 없는 것 같은, 없다고 느끼는, 그러니까 있어도 무의미한 그런 정도의 상태로써, 한 쪽 청력만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편측 난청 환자입니다. 사실 돌발성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상실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귀는 어차피 두 개니까 하나가 멀정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고. 아무튼 어리석었던 거죠 하하하. 시간이 지나서 요새는 인공와우라는 걸 이용해서 청력 상실로 인한 삶의 질 하락을 좀 완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큰 병원을 방문해서 한 번 해봤습니다.
입원 열차
입원 과정은 지난 포스팅에서 충분히 다뤘기 때문에 굳이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후후후.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리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고요, 굳이 늑장부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설 명절 직후인지라 기차 선택의 폭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명절 기간 중에 정신 차리고 부랴부랴 예매한 기차가 오후 3시 SRT였던 것 같네요. 그거 타고 올라갑니다. 이번에는 수술 입원이기 때문에 보호자인 어머니를 동반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2시 50분 기차였던 것 같습니다. 입원 수속 관련 문자가 당일 혹은 전날 오는데요. 세 시에 원무과에서 입원 수속을 하라고 하지만 좀 늦어져도 괜찮습니다. 설비 공사 관계로 병실이 좀 춥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저는 춥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좀 더웠던 것 같은데.
수서 SRT역 도착해서 바로 셔틀버스 타러 갑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셔틀버스 탑승했고, 맨 앞자리에 캐리어도 잘 챙겨서 앉았습니다.
입원 수속은 본관 6층 동관 병동에 있는 원무과 데스크에서 하면 됩니다. 검사 입원 때랑 똑같기 때문에 굳이 다루지도 않겠습니다. 지난 번에 입원했던 병실 바로 옆 병실이다보니까 새로운 맛이 전혀 없습니다. 이번에는 일부러 엄마에게 푸드코드나 편의점이 어디에 있는 알려줄 겸 병동 올라가기 전에 함께 빵집도 좀 들르고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올라왔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우아하게 아메리카노를 올려두고 짐을 풀어 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압기를 챙겨왔습니다. 역시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특히 병원 공기가 건조할 수밖에 없는데 양압기 덕분에 인후통 예방 제대로 했습니다. 습도 조절을 해주니까요.
아이고 보호자로 오신 어머니께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네요. 얼른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여간 저는 이것저것 열심히 노트북으로 일을 하니까 시간은 잘 가서 좋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노트북 충전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저는 급 당황하게 되지요.)
5층은 거의 이비인후과와 안과 환자들이므로 이비인후과 치료실이라는 방이 따로 있습니다.
거기에 가서 주의사항 설명을 듣고, 귀에 표시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주의사항이 여러가지였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메모를 하면서 들었는데요.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수술할 때 절개하는 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되기 때문에 일부 부분의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한참 뒤에 돌아오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실제로 귓바퀴 맨 윗부분 끄트머리 같은 곳은 감각이 별로 없네요.)
- 수술을 위해서 머리카락을 더 삭발할 수 있다.(근데 미리 3mm 투블럭으로 밀고 가서 그런지 머리카락 자르지 않았음.)
- 수술 후 통증 있을 수 있는데, 특히 목 통증(=인후통)이 있을 수 있다.(와 씨 진짜 장난 아닙니다. 아주 인후통이 제대로 왔습니다. 코로나 인후통의 3/4 정도의 고통이었어요.)
- 이 수술을 하면 기존의 잔존 청력이 소멸된다.(어차피 더 잃은 것도 없는 몸..)
- 수술 후 현기증 있을 수 있음. 첫날 마취 풀리면 거의 사라지는데, 남더라도 일주일이면 호전되는 편임.(저는 일주일은 걸리는 케이스인가 봅니다. 아직도 좀 어지러워요. 첫날은 진짜 처음 몸 일으켰을 때 그 휘청이면서 세상 돌아가는 느낌은 정말 인상적이었네요.)
- 안면 신경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수술임. 수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안면 신경의 사운드를 확인하면서 수술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차단함. 다만 기형의 경우 간혹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 병원에서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음. 마취제로 인해서 일시적 안면 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풀림.
- 나중에 인공와우 부착할 때 마그네틱 강도 너무 강하면 피부 괴사될 수 있으니 적당히 잘 골라서 붙이세요.
- 기계가 불량이라서 재수술 하게 될 경우 비용은 제조사에서 부담합니다.(아놔;;; 그래도 재수술은 싫네요.)
- 수술 부위는 붕대로 감아두며, 이틀 뒤에 풉니다. 아주 꽁꽁 묶어둡니다.(돌쇠룩)
수술 후 통증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신경 쓰였는데, '그럼 저는 수술 후 아플 것 같이 보이시나요? 어떠신가요?'라고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모르겠다고 하심. - 결과적으로는 아팠음.(혀가 통통하고, 코를 골고, 목에 살이 많은 이런 체질은 수술 과정에서 인후통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봅니다.)
근데 이거 주사로 표시에 약 넣어서 반응 보는 건데요. 항생제라 그런지 주사 바늘도 가느다란 데 약 들어갈 때 진짜 좀 아픕니다. 간호사 선생님께 '선생님도 이거 해보셨어요?'라고 물어보니까 해보셨다는 군요. 어쩐지 공감을 잘 하시더라니.
일단 첫날은 자정부터 금식을 해야 합니다. - 물도 안 마시는 완전 금식
항생제 검사 했고,
왼쪽 팔에 라인도 잡습니다,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지 이 날 잡은 라인만 가지고 퇴원할 때까지 계속 쭉 사용했습니다.
제가 2010년에 장파열로 수술했을 때는 이틀에 한 번씩 왼팔 오른팔 바꿔가면서 라인을 잡았는데 ㅎㅎ
수술 부위 머리를 미는 경우도 있는 모양인데 저 수술하시는 교수님은 머리 안 깎는 스타일이신 모양입니다.
인터넷 검색해보면 굳이 과하게 머리를 밀어버리는 병원도 있는 것 같은데, 여기는 안 그래서 다행입니다. 나중에 결과물 보니까 놀라울 정도로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까지 멀쩡하게 냅두실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는데 정말 의외였네요.(근데 외국 커뮤니티를 보면 인공와우의 부착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일부러라도 스킨헤드를 하거나 아니면 부착 부위만 국소적으로 면도를 하거나 하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하더라고요.)
6시 즈음에 교수님께서 회진을 도셔서 만나봴 수 있었습니다.
PPSV23가 - 뭔가하고 찾아보니까 폐렴구균 예상주사입니다.
지자체 보건소에서는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무료접종 사업을 벌이고 있네요.
하지만 저는 무료 접종 대상은 아닐 것 같고.. 전화를 해보긴 해야겠어요.
어머니는 컵라면이랑 이것저것 군것질로 저녁을 때우시겠답니다. 편의점에 가시더니 컵라면이랑 이런 닭가슴살을 사오셨는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멀티툴로 락슨KS를 챙겼는데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수술 전날이라 심란하기도 하고, 인공와우 기계 어떤 걸로 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기도 했고 하여.. 이것저것 웹서핑 하다보니까 그냥저냥 시간이 잘 갑니다.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어머니는 의외로 환경에 적응을 잘 하시는지 휴대폰을 하시다가, 주무시다가 반복하십니다. 일지감치 샤워도 잘 하고 오시더라고요.
첫날인데 저도 이대로 잘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조용히 길을 나섰습니다. 편의점 한 번 다녀와야죠.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5층까지 홀짝 상관없이 그냥 엘리베이터 이용 가능합니다. 6층부터 까다롭습니다.
운이 좋았기도 하지만, 이 시간에 편의점을 가야하는 이유는 김밥류가 리볼빙 되는 시간이 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으로는 11시라고 하고 있지만 제가 가보니까 11시 전에 10시 40분 경만 되어도 삼각김밥 같은 것들이 새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저번에 입원했을 때는 지하1층 편의점 옆에 있는 보호자 식당에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병동에 있는 간이주방에서 먹으려 합니다. 그게 낫겠어요.
배식차가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거였군요.
하지만 저는 음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근데 언제나 항상 궁금한 것은 냉수와 정수의 차이입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냉수와 정수가 따로 있다는 것은 냉수는 정수가 아니라는 건가요?
후후후후 - 3XL 뉴 리치참치마요!! + 신라면 조합니다. - 쓸만한 조합 - 좋은 쌀 쓴다고 광고하네요.
삼각김밥에 '농협' 마크 붙어 있으니까 아무래도 신뢰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하네요.
양압기에 사용하는 물은 마실 수 있는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저번에 왔을 때 아이시스 넣었더니.. 아이시스는 석회질이 좀 있어서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간이주방에 있는 정수기 물을 넣었더니 아주 딱 좋았습니다.
심심하면 이런 것도 좀 써볼까 싶습니다. 좋은 말을 적고 가야지요. 후후후후.
근데 결과적으로는 불만 사항 및 개선 사항을 적고 가게 됩니다.
아 물론 좋은 말도 적고 가기는 합니다. - 이런 거 다루니까 무슨 갑질하는 사람 같네 ㅎㅎㅎ
아무튼 이 날은.. 수술이 두려워서.. 아주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늦게늦게 안 자다가 잠을 잡니다.
맞은편에 누워 있는 총각은 오늘 인공와우 수술한 모양인데 상태가 안 좋아 보입니다.
내일 나의 모습일 것 같아서.. 계속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수술 전 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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