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지도 않은 미소노를 추천하게 되어 송구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블로그 포스팅은 하야테 요시히로를 비추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엌칼
결혼하면서 부엌칼을 장만하게 됐습니다. 부엌칼은 시어머니가 사주는 거라더라고 하시면서 어머니께서 칼을 고르라고 하시기에 저는 제가 골랐습니다. 칼에 대한 관심은 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칼을 사는 게 좋은 일일지에 대해서 잘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으레 그렇듯 독일의 헹켈로 해야하나 생각했습니다마는 왠지 그렇게 쉽게 호락호락 결정하고 싶지 않아서 위에 있는 나무위키를 좀 참고했습니다. 공부를 해보니 일단 형태와 강재를 결정해야 하는데.. 산토쿠냐 규토냐를 먼저 결정해야 했지만.. 뭐 취향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가정용으로는 산토쿠가 더 좋았을 수도 있겠는데 저는 그냥 더 멋있다는 이유로 규토(우도)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과일칼로 쓰려고 패티 나이프도 세트로 껴있는 제품을 골랐지요.
강재는 크게 세라믹 나이프, 스테인레스, 탄소강으로 구분하는데.. 업소에서처럼 매일매일 잘 관리할 게 아니라면 세라믹 나이프나 스테인레스를 쓰는 게 맞아보였습니다. 저는 이미 교세라 세라믹 나이프를 하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세라믹 나이프는 패스입니다.(그리고 세라믹 나이프는 좀 소모품의 성격이 강하다보니까 이런 결혼선물용 부엌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자연스럽게 스테인레스강입니다. 대부분의 부엌칼들은 다 스테인레스강입니다. 하지만 그것들 중에도 다 급이 있는 것이지요.
6.1.2. 스테인리스강
하급, 보급, 고급, 초고경도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급에는 420J부터 420J2, 420HC까지 420 계열 스테인리스의 변종이나 440A계열
보급에는 420HC, 440A[26], 440B, 440C[27], 13C26, X50CrMoV15 등
고급에는 일제 은삼강(긴산코)[28], VG-10, 미제 154CM 등
초고경도에는 분말강(파우더 스틸): Super Gold 2(SG2), ZDP-189[30], Elmax, M390, CPM-S125V
VG-10에 대한 설명을 보면 여기서도 그렇고 다른 여러 곳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VG-10을 선택했던 것인데요.. 음..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그 장점을 활용하지 못해서 지금은 좀 회의적인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한편 위에는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아래 표를 보면 스웨덴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스웨덴강은 스테인레스는 아니고 탄소강으로 분류됩니다. 애당초 제가 선택을 고민할 때 탄소강을 제외했던 이유는 관리의 문제였습니다. 녹 관리 말이지요.
6.1.3. 탄소강
위 문서의 내용을 보면, 탄소강은 녹에 대한 저항성을 상당 부분 포기하고 있다는 표현이 발목을 잡았고, 하여간에 무조건 스테인레스 강에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대충 하야테 요시히로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아래 표를 보면 탄소강이라고 하더라도 내식성에서 우수한 제품들이 있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할
하야테 요시히로는 VG-10
미소노 UX10은 스웨덴강
시모무라 각마는 몰리브덴 바나듐강입니다.
네이버지식 쇼핑에서 VG-10으로 검색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하야테 요시히로입니다. VG-10을 사용했다고 설명하는 동시에 무려 칼의 표현이 다마스커스입니다. 칼에 물결무늬가 그려져있으니 무슨 비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아주 레어한 아이템이라는 느낌을 주다보니 저도 모르게 정신이 나갔고 그만 덜컥 구입해버렸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하야테 요시히로가 그렇게까지 나쁜 칼은 아니긴 한 것 같습니다.)
하야테 요시히로 규토를 처음 받았을 때의 감동을 기억합니다. 생애 처음 고급 강재를 사용한 칼을 손에 쥐니 정말 좀 감동적이었습니다. 평생토록 이 칼만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드랬지요. 그런데 몇 가지 불만이 좀 생겼습니다.
1.강재
강재는 VG-10이 고급 강재라고 해서 구입했드랬습니다. 위에서 보다시피 절삭 지속 내식성이 모두 탁월하지요. 그런데 이게 또 약간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잘 닦고 물기 제거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규토의 경우에는 제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상태가 괜찮은데 패티 나이프의 경우에는 과일칼로 사용하다보니까.. 산도가 있는 과일즙이 묻은 채로 방지되거나 싱크대에 물기 자욱하게 그냥 방치되는 경우가 있어서 이게.. 내식성이 최상이라고 적혀있는 것과 달리 녹이 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물에 담가두면 VG10도 녹이 습니다. 물론 엄청 노골적으로 녹이 스는 건 아니고 칼의 날 부분에 노란 얼룩이 생깁니다. -_-;; 나아가 지속성이 뛰어나다고 되어 있는데 그 말은 곧 연마가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숫돌을 이용해서 자주 칼을 갈면서 관리하면서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물숫돌로는 안 되는 것 같아서 5만원 짜리 샤프톤 인의흑막 2000 세라믹 숫돌을 사서 연마해봤는데.. 이것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양날이 아니라 외날이라서 어째 더 어려운 것도 같고요?
2.날
일본칼이라 그런지.. 외날입니다. 이건 정말 생각지 못한 복병입니다. 외날이라서 생기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은데.. 듣자하니 양날보다 외날이 날카로우면 더 날카롭다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양날보다 연마가 좀 까다롭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건 제가 잘 몰라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제 실력의 문제이긴 한데 외날을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특유의 스킬이 없이 그냥 아랫 쪽으로만 힘을 줄 경우 칼이 비스듬하게 진행합니다. 그래서 썰기도 비스듬하게 되어버립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엄지 손가락에 힘을 줘서 칼의 진행방향을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하여간 뭐 이런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처음에는 아름답게만 보였던 다마스커스 문양이나 해머흔도.. 슬슬 좀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점점 그 부위에 때까 끼는 느낌도 들고 해서 오히려 불만이 되기도 했습니다.
3.칼의 형태
위에 말했듯.. 후까시와 가오 때문에 무조건 규토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칼의 모습에 가장 가까우니까요. 가장 예리해보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규토는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기 좋은 칼인 건 사실인 듯 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가정이나 주방에서 애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꼭 이것만 고집하기보다는 상황과 재료에 맞는 칼을 잘 골라 쓰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더라고요. 때로는 산토쿠가 매력적이고.. 때로는 중식도가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중식도가 굉장히 잘 맞는 인간이더라고요. 그래서 결혼 이후에 따로 중식도를 구입한 뒤로는 이 하야테 요시히로 규토의 사용빈도가 뚝 떨어져버렸습니다. 미소노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더욱더 멀어져버리네요. 따라서 결혼 후 가정에서 사용할 칼을 구입하려고 하는 거라면.. 산토쿠, 규토, 중식도 중에서 용도를 잘 고민해서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 세트로 구비하면 더 좋겠지만요?
그리하여 제목에 써놓은 것처럼.. 저더러 다시 돌아가서 칼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저는.. 요시히로가 아니라.. 미소노 UX10을 구입할 것 같습니다. 비교적 더 연마가 쉬운 스웨덴강이며.. 양날이고.. 그립핸들 디자인도 모던한 게 마음에 듭니다. 저 위에 표를 보시면 스웨덴 강의 경우에는 절삭력과 내식력은 최상이고 지속력이 중이라고 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갈아서 쓰기에는 참 좋다는 것이지요. 지속력이 오래 가는 것도 좋은 칼이기는 한데.. 처음 칼을 살 떄는 무조건 그게 좋은 것이고 옳은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숫돌을 좀 사용해보니까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속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언젠가는 무뎌지게 마련인데.. 그때가서 무뎌진 칼날을 연마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고되고 어렵고 답이 안 나온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칼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칼 전문 공방을 이용해서 관리하는 경우에는 논외겠지만요. 그리고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미소노 UX10의 후기들을 보면 하나 같이 밸런스가 정말 잘 잡힌 칼이라고 입을 모아 칭송하다보니 대체 어떤 느낌일까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규토가 있으니 산토쿠로 사볼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참 갖고 싶은 칼입니다.(규토와 산토쿠는 칼의 모양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네이버 칼 사랑 카페에서 많이 추천하는 시모무라 각마는 몰리브덴 바나듐강입니다. 초립날이 참 좋더군요. 볼스터도 있고.. 저희는 산토쿠를 샀었는데 밸런스 좋은 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막상 사드리니까 어머니꼐서는 그냥 예전에 쓰던 도루코 규토를 더 즐겨 사용하시더군요? 역시 좋은 칼은 내 손에 익은 칼인가 봅니다.
아 그리고 부엌칼을 좋은 걸 산다면 숫돌도 좋은 숫돌을 사야 한다는 걸 절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정쩡한 물숫돌은 고급 강재를 사용한 칼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위 제품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숫돌 받침대가 없으면 허리가 아작나기 십상입니다. 싱크대 위에 거치해서 편하게 연마할 수 있는 이런 제품을 구비하시기 바랍니다.
벌써 숫돌이랑 거치대 값만 8만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만..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한 최선의 루트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숫돌을 관리하기 위한 숫돌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칼을 갈다보면 숫돌의 중앙부가 움푹 패이게 되기 떄문에 이를 바로잡아주기 위한 작업인 멘나오시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사용되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래핑 플레이트라는 것인데..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합니다. 그래서 보통 이걸 쓰지는 않고..
이런 대체품? 호환품을 사용합니다. 그래도 이것만 해도 8만원 돈이 들어가죠 ㅠㅠ 그래서 칼은 참.. 좋은 칼을 쓰면 관리비도 함께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싼 칼에 좋은 숫돌을 사용해도 되지요.
아래는 블로그 작성을 위해 참고한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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