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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청주 방서동 우미린 풀하우스 상가 미용실 린헤어 방문기

by 통합메일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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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동에 이사 와서 원래는 다른 미용실을 이용했습니다. 그곳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특히 최초의 경험이 매우 좋았다보니 두 번, 세 번 이용했는데 아쉽게도 두 번째와 세 번째 경험이 첫번만 못하여 다른 곳을 찾았습니다.

방서동 호반써밋과 우미린 근처에 있는 미용실들의 다음맵과 네이버맵 후기들을 종합했을 때 여기 린헤어가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이 미용실은 우미린 상가 건물에 입점해 있습니다. 헤어샵 규모는 굉장히 작습니다. '협소하다.'라는 표현 이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보통의 가게 사이즈를 절반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신협 ATM입니다. 덕분에 월세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손님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아보입니다.

예약은 상가 앞을 지날 일이 있을 때 매장 사진을 찍어두었고, 매장 앞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를 등록하여 카카오톡으로 예약 문의를 했습니다. 원하는 날짜를 말씀드리니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매장 앞에는 영업시간이 10~18시로 적혀 있었지만, 아침 8시에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네이버 지도에도 8시부터 20시까지로 소개가 되고 있네요.

매장 규모가 작다보니까 찾는 손님도 적고 예약도 널널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예약 당일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휴일에는 거의 예약이 꽉 찬다고 하셨습니다. 여유 있게 예약하거나 예약 없이 방문하려면 평일을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 8시에 미용실에 가보는 건 아마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은데요. 아무튼 그렇게 아침 일찍 매장을 방문하니 정말 살림살이가 단촐합니다. 좋게 말하자면 꼭 필요한 것만 갖추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미용 체어는 하나 뿐이고, 대기할 수 있는 의자는 없어 보였습니다. 트롤리가 한 대 있었고, 샴푸 체어가 있고, 천장 벽에는 파마할 때 사용하는 헤어 워머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좁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그 덕분에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아늑한 공간이 마련됩니다. 다른 손님의 존재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미용사와 손님이 오직 이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잔잔하고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이 편안함을 극대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원하는 스타일을 말씀드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이 순간이 늘 긴장되고 부담스럽습니다. 일단은 리프컷을 지향하고 있는데, 리프컷을 지향하다가 마지막 미용실 방문해서 한 번 제대로 망해버린 상태이기 떄문에 그러한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투블럭하다가 리프컷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망한 상태다. 옆 머리가 붕 뜨는 걸 해결하고 뒷 머리를 정리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그런 상황이라면 사실 드릴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길래 그냥 적당히 대충 자르는 척만 하다가 머리 감고 끝내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8시에 시작한 이발이 9시가 다 되어 끝났습니다.

옆 머리를 특히 신경써서 다듬어 주셨는데, '머리를 자른다.'라기 보다는 '머리를 조각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옆머리 앞머리 윗머리로 나누어 부위별로 길이감이 마음에 드는지, 어느 정도를 원하는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하려 최선을 다하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나름대로 지향한는 스타일을 생각하고 갔을에도 불구하고 옆 머리에 대한 확신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딱부러지게 니드를 말씀드리지 못해 당황스러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마음에 들게 잘 해주셨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지향하는 스타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해서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샴푸의 과정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충분히'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만큼 정말 '충분하게' 머리를 헹궈주셨고, 꼼꼼하고 부드러운 손길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머리를 들어올려 뒷머리를 헹구는 작업이 서너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머리를 말리고 추가적인 커팅을 진행하셨고, 이만하면 됐다 싶으셨는지 그제서야 정리하셨습니다. 마지막에 드라이빗을 이용해서 머리를 말아가며 드라이를 쫙 해주니까 거울 속의 내가 순식간에 딴 사람으로 바뀌는 데 그 과정이 참 경이로웠습니다. 순식 간에 그렇게 근사해지니까 나도 모르게 어딘가 이 머리에 어울리는 멋진 곳을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기가 원체 좋다보니까 제법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러한 기대보다도 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불한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직업정신과 관련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린헤어 사장님은 친절하기도 친절하셨지만, 헤어샵을 방문한 손님에게 최선을 다 하시고, 정성을 쏟으시는 모습이 흡사 '장인 정신'을 연상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내가 하는 일과 관련해서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머리 자르러 가서 자기 성찰을 하다니 좀 엉뚱하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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