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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후기

삼성서울병원 편측난청 인공와우 1차 맵핑 및 청능훈련 후기(인공와우를 하면 어떻게 들리나)

by 통합메일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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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께름칙하지만.. 하여간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시설들은 암병원에 있다. 나름 최신 시설이다.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정문을 지나서 암병원에 도착했다. 화려한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지하3층으로 내려간다.
랄랄라
그러면 바로

인공와우검사실

청각언어치료실이 나온다.

대기실

 

코클리어 칸소2 대여하면서 받은 것들 - 충전기다.

1.인공와우 맵핑

오늘의 작업 순서는 일단 인공와우 맵핑을 먼저 하고.. 그 다음이 청각언어치료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청력검사다. 근데 생물학적 귀가 아니라 인공귀 그러니까 인공와우를 통해서 얼마나 잘 들을 수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른쪽 귀에는 바람소리를 들려주면서 인공와우로만 삐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데 마음을 졸이면서 검사했다. 나는 난청기간이 길다보니까 어음 이해 능력이 매우 떨어져서 소리가 그냥 진동으로만 들어오는데 하여간.. 진동으로라도 느껴지면 열심히 버튼을 눌렀더니 선생님 말씀이 그래도 일단 소리 감지는 잘 되고 있다고 하셨다.

 

적응이 잘 됐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적응은 일단 완벽하게 된 것 같다고, 때로는 와우를 착용한 것 자체를 잊을 때도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직장 생활 안 할 때는 건청귀를 귀마개로 막고 살 것을 주문하셨는데 그게 참 쉽지 않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선생님께서도 그 어려움에 대해 크게 공감해주셔서 감사했다. 양이 수술이면 차라리 그런 어려움은 없는데 편측 난청의 경우에는 평생을 한 쪽 귀에 의지해서 어떻게 하면 남아있는 귀로 잘 들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살아왔는데, 지금 해야하는 노력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을 완벽하게 거스르는 행위이다보니까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그 다음으로부터 인공와우의 소리를 조절하는 작업을 했는데, 3주 동안 살면서 뇌가 인공와우에 상당히 적응을 해서 이제는 인공와우가 넣어주는 자극에 너무 덤덤해져 버려서 그 자극을 좀 더 세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볼륨을 높이는 것이다. 볼륨을 높이니까 오랜만에 아주 짜릿한 자극들이 뇌로 들어왔다. 그 자극이 너무 세지 않도록 잘 맞추는 게 관건이다.

 

처음 기계를 착용했을 때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기 때문에.. 소리가 크냐 작냐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못했다. 소리라고 느껴지지 않았고,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이 진동을 크다고 해야 할지 작다고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몇 주 정도 사용해 보니까 나름대로의 취향과 기준이 생겼다. 이것도 지나치게  큰 소리가 들어올 경우에는 뇌가 저릿저릿할 정도의 통증? 감각?을 낳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코클리어에서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데, 지난 번에는 N7을 대여했고, 이번에는 칸소2를 대여했다. 그런데 느낌이 매우 다르고.. 일단 엄청나게 잘 떨어진다. 그래서 똑딱핀을 꼭 써야 한다. 안 쓰면..어휴.. 조금만 뛰면 떨어지겠다. 귀에 안 걸쳐도 되는 건 매우 좋은데.. 안정성 때문에.. 아무래도 N8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슬프네.

 

아무튼 그렇게 소리의 크기를 조정하고, 다음 내원일까지 볼륨 단계 조정을 며칠 간격으로 하라고 당부를 듣고는 나머지 시간은 거의 일정 잡는 시간이었다. 

 

 

2.청각언어 치료

바로 옆 방에 청각언어 치료 선생님이 계신다. 예전에 인공와우 수술 사전검사할 때 청능검사 해주셨던 그 선생님이셔서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이분은 원체 많은 환자를 보실테니 내가 누군지 잘 기억 못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지난 번에는 잘 들리는 귀를 막고 안 들리는 귀로 뭔가를 들어보려고 애썼던 거라면.. 오늘은 인공와우를 아이패드와 블루투스로 무선 연결해서 문장을 맞추는 연습을 했는데 뭔가 의외로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뭐든 맞추면 재미있고, 잘 못하면 괴롭고 그런 것인데.. 잘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경우에 따라 맞추면 신이났다.

 

확실히 난이도가.. 문장이 가장 쉽고, 단어가 가장 어렵다. 문장이 가장 쉬운 이유는 길이가 긴 만큼 힌트가 많기 때문이다. 근데 단어는 정말 정확하게 발음을 감지하지 못하면 맞출 수가 없다. 문장은 단어와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어조가 있고, 그 문장의 내용과 의미에 걸맞는 분위기라는 게 있어서 그걸 힌트로 맞출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제 친구가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와 같은 문장은 아무래도 말하는 사람의 초조함? 곤란함? 같은 게 진동에 묻어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게 느껴진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많아요.' 같은 문장에 포함된 '너무' 같은 단어도 저 문장에서 뭔가를 부정적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특유의 어조와 강세가 있어서 그걸 힌트로 문장을 맞추기도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아직 그런 걸 가지고 맞출 수 있는 단계가 아닌데 그렇게 하는 게 신기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다른 문장들.. 특히.. 두 음절로 이루어진 문장은 정말 맞추기가 힘들었고, 그나마 세 음절은 되어야 좀 맞출만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대부분은 틀렸다. 한 20% 정도 맞추는 느낌이랄까. ㅎㅎ 대강은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해서 큰 좌절과 실망은 없었지만 입맛이 좀 씁쓸했다. 그래서 좀 자조적인 멘트를 쳤는데 선생님께서는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매우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환자에게 의지를 북돋아주시는 의지가 인상적이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 주에 다시 올 때까지 해와야 하는 숙제를 내주셨는데.. 문장이 적혀 있는 서류 한 뭉치를 주셨고.. 이메일로는 그 문장의 음원을 보내주셨다. 나는 이걸 받아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어학 반복 학습기'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반복적으로 들었다. 다음에 올 때까지 120개 연습해오라고 하셨는데.. 열심히 해야겠다.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게 글자를 보면서 들으면 뭔가 드리는 것 같기도 한데.. 문자 단서가 사라지면 갑자기 망망대해나 사막 한 가운데에 떨어진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게 참 웃기다. ㅋㅋ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떨 때는 뭔가 들리는 것도 같다. 진동의 너머에 소리가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진흙이 굳어서 만들어진 흙바위가 있으면 그 속에 소리가 숨어 잠자고 있는 느낌이다. 도자기를 구울 때 진흙으로 감싸서 도자기를 구우면 진흙 속에 도자기가 숨어있다.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겉에 있는 진흙을 깨서 떼어내면 그 속에 있는 도자기를 꺼낼 수 있다. 그런 느낌이다.

 

난청기간이 길지 않은 사람들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헬륭 풍선 소리로 들린다고 하는데 음.. 난 그 정도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진동으로 느껴진다. 진동에 높낮이는 있다. 그리고 그 진동 너머에 소리가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열심히 집중해서 그 진동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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