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에 대한 여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이유
2021년 크리스마스 사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풀려난다고 합니다. 1월 31일에 풀려난다고 하네요. 근데 이미 지금도 치료 때문에 감옥이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별 다른 차이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병원에 있는 상태에서 사면 확인서를 받고 곧바로 자유의 몸이 되는 절차로 진행이 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여론이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절대 풀어줘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면시켰다고 하지만, 또 누군가는 정말 잘 된 일이라며 쌍수를 들어 반기기도 하지요. 그야말로 국론이 나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는데요.
주목할만한 점은 이러한 의견의 분열이, 같은 여당 진영 안에서도 살짝 보인다는 것입니다. 뭐 사실 그도 당연한 것이.. 과거 촛불시위를 통해서 아니 촛불 혁명을 통해서 박근혜 정권을 탄핵했고 그 결과 들어선 것이 문재인 정권인데, 자신들에게 지지와 신뢰를 쥐어준 민중의 뜻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논리가 관찰되기도 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훌륭한 포석이라는 측면에서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행여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옥중에서 생을 마감할 경우 그것이 여당 정권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차기 정권에게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이라는 묵직한 과제를 남겨주기 보다는 현 정권이 먹을 욕을 다 먹고 떠남으로써 이를 해결해주고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포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또 다른 논란이 남아있는데 그것은 바로 과거 연초에 이낙연이 당대표로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한다고 말을 꺼냈을 때와는 달리 지금 이루어진 사면에 대해서는 그다지 여론의 저항이 거세지 않은 점을 두고 일종의 차별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낙연 전 대표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말을 꺼냈다가 지지율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른바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말이지요. 정확히 말하면 보수세력을 증오하는 대중 일반으로부터 매우 강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민주당 대선 경선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한 악재였습니다. 저도 이낙연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그렇게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이 그렇게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는 이미 사면을 감행해버린 문재인 정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마땅할 것인데, 기실 현재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위에 언급된 논리들을 가지고 어떻게든 최대한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을 헤아려보고자 애쓰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다른 여론을 만든 것일까요? 어떤 댓글들을 보면 혹자는 '그 당시에 이낙연은 자신이 사면권을 가지고 있는 결정권자도 아니면서 마치 자신이 사면구너을 가지고 있는양 행세했기 때문에 욕을 먹은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당시에 이낙연 대표는 매우 진중한 낯빛으로 이제는 사면을 건의드려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지, 사면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 대중들이 분노를 느낀 지점은 그가 사면을 결정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감히 '사면'이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낸 것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따라서 이낙연 대표가 어떤 대통령의 권한을 찬탈하거나 사칭하려 했다는 식의 비판은 성립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보자면, 그 당시 이낙연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지원해줄 수 있는 어떤 언론 세력을 짊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 당시의 언론은 이낙연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마자 이러한 여론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이나 의도로 그러한 주장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고찰은 지금과 비교할 때 굉장히 그 심도가 얕았습니다. 반면 지금은 대체 문 대통령이 무슨 의도와 사려를 가지고 이와 같은 용단을 내린 것일까에 대해서 대중들이 알아서 이러쿵저러쿵 해석을 해주고있지요. 언론도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서 '이러한 차이' 그러니까 언론이나 대중으로 하여금 그 속내라도 좀 최대한 읽어보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그것은 아무래도 해당 인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신뢰에서 기원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딱히 이낙연 전 대표가 흠결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에 비해서 문재인 대표는 현재 여당 내에서는 거의 비호감이 없다고 할 정도로 높은 인기와 신뢰도를 얻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