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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편측성 난청: SSD]한 쪽 귀 청력을 상실하고 이제 마흔을 바라봅니다.

by 통합메일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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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좌측 청력을 잃었습니다. 아무래도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라는 생각을 크게 못했던 것 같네요?ㅎㅎ 어린 나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 않나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만사 제쳐두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봐야 했는데 후회도 많이 남습니다. 돌발성 난청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소리가 너무 작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대쪽으로 받으니 괜찮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도 같은 증상이셨습니다. 정말 나중에 알았네요.

 

지방 대학병원부터 해서 서울대 병원까지 가봤네요. 당시엔 정말 다니기 힘들었는데 ㅎ 근데 때를 놓쳐서 뭐.. 제일 싫었건 건 당시 우리 지역에서 꽤 명망있던 전통있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고막주사를 맞는 거였습니다. 그마저도 너무 사람이 많이 몰려허 어머니께서는 아침 대여섯시에 가서 예약 장부에 이름을 적고 다시 집에 와서 저를 태워가셨습니다. 고막주사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ㅎㅎ..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건데.. 하여간 그것도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역시 너무 늦었던 모양예요.ㅎㅎ 저는 별로 급하게 생각하지 읺았거든요. 근데.아시다시피 돌발성 난청은 시간과의 싸움인지라 -_-

 

 

하여간.. 그리하여 중2 때는 이미 편측성 난청의 삶이 시작됐고.. 살아가는 방법을 치열하게 익혀나갔습니다.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길이 열리더라고요.

 

당시에 대학병원 교수님이 아마 공직자 되기 힘들거라고 말씀하셔서 어머니께서 진짜 큰 충격 받으시고 저도 그게 늘 항상 걱정이었는데 전혀.. 결격 사유 아니었습니다. 공무원채용신체검사에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기재됐으나 이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범대에 진학헸고.. 공부를 못해서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고등학교 선생님이 됐습니다. 청력이 늘 컴플렉스이긴 했지만 그만큼 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적극적으로 생활해서 대학에서 학과 학생회장도 하고, 연애도 열심히 했습니다.

 

교사가 되어서도.. 물론 쉽지 않았지만 진심을 가지고 마주하면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더라고요. 감사하게도 동료나 학생들로부터 인정받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결혼도 했고요. 결혼한지 몇 년 됐습니다.

 

거짓말처럼 영화 같이 연애를 했고, 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근데 저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그리고 연인들에게도 제 장애를 잘 선뜻 먼저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추려 애를 썼지요.

 

근데 왠지 이 사람에게는 늦지 않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관에서 기회가 왔습니다. 목소리의 형태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함께 봤는데 작품의 소재가 청각장애였습니다. 여주인공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지금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미친척 하고 고백을 했는데 처음엔 농담인 줄 아는 것 같더니 그게 아니란 걸 알고는 약간 많이 놀란 것 같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20년 넘게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에 장애가 잘 티가 안 나서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개인적 비밀을 밝힐 때 제 마음은 이걸로 인해 실연을 당할 각오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잔인한 이유는 그것이 당사자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의 유혹을 건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그녀는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결혼을 하기로 했을 때 장인장모님께도 자연스럽게 말씀드리게 됐는데 아무래도 처음에 장모님은 좀 탐탁찮아 하시는 눈치였습니다만..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괜찮습니다.

 

물론 모든게 해피엔딩은 아니고요. 일상에서 지울 수 없는 불편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잘 못 찾는 불편.. 전반적인 청력이 아무래도 낮은 불편.. 식당이나 술집에서 위치 선점이 정말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불편.. 사무실에서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불편.. 수업 중 질문하는 학생이 어디에 있는지 잘 찾지 못하는 불편 같은 것들이지요.

 

그래서 요새는 새롭게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크로스 보청기나.. 골전도 이식 같은 것들을 기웃기웃하고 있지요. 며칠 전에는 서울로 병원도 다녀왔습니다.

 

문득.. 숨기고 끙끙 앓느니 방법을 찾고 노력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5년 동안 이걸 어떻게든 숨기려고 갖은 발악을 했네요. 근데 청력장애에 대한 인식이 좀 별로라 어쩔 수 없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눈이 나빠 안견을 쓰는 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귀가 나빠 보청기를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비교 불가일 정도고요.

 

그래서 그런 데에 생각이 꽂혔습니다. 안경을 쓰듯 보청기를 착용한다면 대체 뭐가 문제일까.(물론 비용이 문젭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차라리 보청기도 아주 눈에 잘 띄고, 대신 기능이 빵빵하게 많이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안경은 미용적 목적도 상당히 충족을 시키는데 보청기는 은닉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문득 안타깝습니다. 뭐랄까 안경도 제대로 끼기 전에 렌즈부터 끼우는 격이 아닐까요.

 

하여간 그래서 최근 몇 주 동안은 그 동안 미처 몰랐던 신기술들을 공부하면서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냈네요.

 

아직은 여전히 방법을 찾고 있긴 한데요. 나중에 어떤 방법알 선택했는지 다시 또 말씀 드릴 기회가 있으면 글을 쓰겠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성장기에 있는 분들이라든지.. 아니면 아이가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시는 분들께 이런 길도 있다는 거 알려드리려 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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